1. 빨간불이 켜진 부동산 정책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아직 정책 전체가 실패했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며 정부도 공급 확대와 정비사업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단순히 공급량이나 세율에 있지 않다. 부동산 문제를 다루는 방식과 정책을 전달하는 정치적 언어에서 과거 노무현·문재인 정부가 경험했던 실패의 징후가 다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다주택자에게 더 큰 세 부담을 지우는 것과 다주택자를 정책적 문제집단처럼 취급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투기이익을 억제하는 것과 정부가 국민의 특정 재산 보유 형태를 경제적으로 불리하게 만들겠다는 메시지를 반복하는 것도 구별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2026년 2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강조하면서 다주택을 유지하는 것보다 해소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유리하도록 제도를 만들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3월에는 집을 사고파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그 선택의 이익과 손실을 결정하는 제도는 정부가 만든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냈다. 정책 목적은 투기 억제와 주거 안정일 수 있지만, 이런 언어가 반복되면 국민에게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르지 않을 경우 경제적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위압적 신호로 읽힐 수 있다.
부동산 정책은 전쟁이 아니다. 집을 가진 국민도 정부가 싸워야 할 적이 아니다. 정부가 유주택자와 무주택자를 사실상 서로 다른 진영으로 나누고 한쪽에는 도덕적 정당성을, 다른 한쪽에는 사회적 책임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부동산 정책은 경제정책을 넘어 계층 갈등의 정치로 변질될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이 현재 이재명 정부가 가장 경계해야 할 위험이다.
2. 노무현 정부가 남긴 첫 번째 교훈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 문제를 방치한 정부가 아니었다. 종합부동산세 강화, 양도소득세 중과, 재건축 규제, 대출 규제 등 강력한 수단을 연이어 동원했다. 그러나 수요억제 정책이 반복되는 동안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가격은 계속 상승했고,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은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정책 신뢰를 잃었다. 2006년 당시 언론은 정부가 부동산 가격 급등을 일부 지역의 문제로 좁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했고, 같은 해 11·15 대책에서는 사실상 공급 확대 쪽으로 정책 기조를 이동해야 했다.
문제는 정책의 강도가 약해서가 아니라 시장의 반응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데 있었다. 정부가 투기를 강하게 억제하면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는 판단과 달리 시장에서는 향후 공급 감소와 규제 강화에 대한 기대가 가격에 반영됐다. 정책이 연이어 발표될수록 시장 참가자는 다음 규제를 예상해 행동했고, 정부의 강한 의지가 곧 시장 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제가 흔들렸다.
정치적 언어 역시 문제였다. 투기와의 전쟁이라는 강한 메시지는 정부의 결의를 보여주는 효과는 있었지만 실제 가격이 반대로 움직이면서 오히려 정책 신뢰를 떨어뜨렸다. 부동산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은 정부의 강한 말이 아니라 예측 가능성과 신뢰라는 교훈을 남긴 것이다.
3. 문재인 정부의 반복된 실패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의 경험을 알고 출범했지만 결과적으로 비슷한 오류를 더 큰 규모로 반복했다. 대출규제와 조세정책, 재건축·재개발 규제, 임대차정책 등 여러 수단이 중첩됐고 2021년 2·4 대책은 현 정부의 25번째 부동산 대책으로 불렸다. 정부가 정책을 추가할수록 시장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정책이 언제 어떻게 다시 바뀔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커졌다.
특히 공급에 대한 판단이 문제였다. 정부는 초기에는 서울을 중심으로 공급 부족 자체를 크게 인정하지 않았으나 가격 상승이 장기화되자 대규모 공급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2021년 2·4 대책을 두고 당시 언론도 공급 부족을 인정하지 않던 정부가 뒤늦게 공급 확대로 전환한 정책적 대전환이라고 평가했다. 정책의 방향 전환 자체가 잘못은 아니지만, 문제는 시장의 신호를 늦게 받아들였다는 데 있었다.
이러한 정책 실패는 단순한 경제지표의 문제가 아니었다. 2021년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분야 평가는 주요 국정 분야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고, 집값 급등과 세 부담, 대출규제는 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을 확대하는 중요한 요인이 됐다. 부동산 하나만으로 선거 결과 전체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부동산 문제가 문재인 정부 후반의 정치적 부담을 크게 키웠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4. 이재명이 알고 있던 실패 원인
더 아이러니한 점은 이재명 대통령이 과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패 원인을 비교적 명확하게 지적했던 정치인이라는 사실이다. 2021년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은 문재인 정부에서 거래세와 보유세가 함께 오른 것을 정책 실패라고 평가하면서 민주당 정부의 주택 공급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이 공급을 늘리라는 신호를 보냈는데 정부가 이를 부인하자 시장이 반대로 받아들였다는 취지로도 지적했다.
같은 해 무주택 청년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진보정권의 주택정책이 투기수요 억제와 수요 통제에 집중해 왔다며 공급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시 이재명의 판단은 중요한 핵심을 짚고 있었다. 시장에는 정치적 의지와 별개로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존재하며 정부가 그것을 부정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투기수요를 억제하는 것만으로 가격을 안정시키기 어렵고 사람들이 원하는 지역에 실제 주택이 지속적으로 공급돼야 한다는 점은 이미 이전 정부의 시행착오를 통해 확인됐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이재명 정부는 더 엄격하게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과거의 실패 원인을 알고 있었던 대통령이 자신이 비판했던 정책의 특징을 다시 보여준다면 그것은 단순한 시행착오라고 보기 어렵다.
5. 다시 나타난 과거의 정책 문법
현재 이재명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고 단정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현 정부는 대출과 투기수요를 강하게 억제하면서 동시에 수도권 공급 확대와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도 추진하고 있다. 2026년 8월 13일 정부는 수도권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인허가 단축과 민간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병행하는 공급 대책을 내놓았다. 공급 문제 자체를 부정했던 과거 초기 대응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그러나 정책이 작동하는 시간의 차이를 주목해야 한다. 세금과 대출규제는 발표 즉시 시장에 영향을 준다. 거래가 줄고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는 효과는 바로 나타난다. 반면 신규 주택은 계획 발표 후 인허가, 보상, 착공, 준공을 거쳐 실제 입주까지 수년이 걸린다. 규제는 오늘 작동하고 공급은 몇 년 뒤 작동하는 것이다.
강한 규제가 반드시 안정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2026년 7월 동아일보 칼럼은 대출규제,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다주택 양도세 중과와 보유세 강화 예고 등 고강도 정책에도 수요가 인접 지역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공급계획을 발표했다는 사실만으로 과거와 달라졌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실제 착공과 입주가 얼마나 빠르게 이루어지는지, 정비사업 규제가 현실적으로 얼마나 완화되는지, 민간이 실제 공급에 참여할 유인을 갖는지가 중요하다.
6. 유주택자와 무주택자의 이분법
현재 정책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국민을 유주택자와 무주택자로 지나치게 단순하게 나누는 사고방식이다. 무주택자를 보호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한 정책 목표다. 그러나 집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사회적 문제처럼 다루거나 다주택 보유를 곧바로 투기와 동일시하면 정책은 현실에서 멀어진다.
대한민국에서 집은 단순한 투자상품이 아니다. 부모 세대에게 집 한 채는 평생 노동의 결과였다. 월급에서 세금을 내고 소비를 줄이고 수십 년 동안 저축해 마련한 집은 가족의 거주지이자 노후의 안전망이었다. 오늘날 부동산 가격이 지나치게 상승해 자산격차가 커졌다는 사실과 평범한 국민이 집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욕구는 구별해야 한다.
다주택자 가운데 투기 목적으로 주택을 보유한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상속이나 가족 사정, 지방 주택 보유, 장기 임대 등 다양한 이유로 여러 주택을 보유할 수도 있다. 정책은 이런 현실을 정교하게 구분해야 한다. 집의 숫자만으로 사람의 경제적 행위를 선악으로 나누는 접근은 행정적으로도 거칠고 정치적으로도 위험하다.
7. 다주택 공직자 논란의 역설
2026년 3월 이재명 대통령은 다주택자와 비거주 고가주택 소유자, 부동산 과다 보유자를 부동산 정책의 논의·입안·보고·결재 과정에서 배제하도록 지시했다. 이해충돌을 방지하고 정책의 신뢰를 확보하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해충돌 여부를 개별적으로 판단하는 것과 단순한 주택 보유 수를 정책 참여 자격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다른 문제다.
더욱 주목할 대목은 정책을 집행하는 정부 내부의 모습이다. 2026년 정기 공직자 재산 신고를 바탕으로 한 보도에서는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참모 가운데 10명이 두 채 이상의 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고, 대통령의 정책라인 배제 지시 이후 여러 참모가 주택 처분에 나섰다. 이는 정부 내부에서도 부동산 보유 문제가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는 청와대 참모의 다주택 처분 권고 이후 일부 참모가 주택을 처분하기보다 공직을 떠나는 일이 발생하면서 ‘직보다 집’이라는 조롱까지 나왔다. 현재 이재명 정부에서 동일한 사퇴 현상이 확인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정책 설계자와 국민에게 적용되는 기준이 다르게 보이는 순간 정책 신뢰가 급격히 약해질 수 있다는 교훈은 그대로 남아 있다. 정부가 국민에게 요구하는 기준은 먼저 정부 안에서 설득력을 가져야 한다.
8. 서민이 원하는 공정
서민은 평생 가난하게 살기를 원하는 사람이 아니다. 더 나은 집에서 살고 싶고 재산을 만들고 싶으며 자녀에게 자신보다 더 좋은 삶을 물려주기를 원한다. 그것은 탐욕이 아니라 인간의 정상적인 상승 욕구다.
공정한 사회는 모든 사람이 똑같은 재산을 가지는 사회가 아니다. 정직하게 일하고 세금을 내고 저축하고 노력한 사람이 더 나은 삶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갖는 사회가 공정한 사회다. 노동보다 부동산 투기로 훨씬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사회구조가 잘못된 것이지, 노동으로 번 돈을 모아 주택을 구입하고 자산을 늘리는 행위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한국의 부동산 문제는 하루아침에 생긴 것도 아니다. 수도권 집중, 개발이익, 토지정책, 금융정책, 교육환경, 정경유착과 자산 불평등이 수십 년 동안 축적되면서 만들어진 구조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오늘의 평범한 주택 보유자에게 책임 지우는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국민을 부동산 보유자와 무주택자로 갈라 적대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노동과 자산 형성으로도 주거 안정을 이룰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9. 공급정책의 시간과 신뢰
부동산 공급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발표 숫자가 아니다. 국민과 시장이 실제 공급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을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정부가 수십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하더라도 인허가와 보상, 지역 갈등, 사업성 문제 때문에 실제 착공이 지연된다면 시장은 그 공급을 현재의 공급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2026년 8·13 대책은 수도권 공급부지를 대폭 확보하고 착공 시간표와 민간 재개발 규제 완화까지 포함했다는 점에서 과거보다 적극적인 공급 신호다. 그러나 발표가 정책 성과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공급정책은 어느 지역에서 언제 인허가가 완료되고 언제 착공하며 언제 입주하는지까지 보여주는 실행 가능한 시간표를 가져야 한다.
정부가 반복적으로 정책을 바꾸면 시장은 정책을 믿지 않는다. 정부가 오늘 재건축을 규제했다가 다음 정부에서 다시 완화하고, 한 정부 안에서도 세제와 금융규제를 수차례 바꾸면 국민은 장기적인 재산계획을 세울 수 없다. 부동산 정책에서 필요한 것은 더 강한 정책이 아니라 더 오래 유지될 수 있는 정책이다.
10. 개혁과 통제의 경계
부동산 시장에는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 투기와 불공정 거래를 막고 세제를 조정하고 금융규제를 실시하며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국가의 정당한 역할이다. 그러나 개혁과 통제는 구별해야 한다.
정부가 국민에게 어떤 재산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 사실상 결정하려 들거나,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행동하지 않을 경우 경제적 손실을 크게 주는 방식으로 정책을 설계한다면 개혁은 쉽게 권위주의적 통제로 비칠 수 있다. 특히 대통령의 강한 정치적 언어가 세제와 금융정책과 결합할 경우 정책의 내용보다 공포가 먼저 전달될 위험이 있다.
자유민주주의에서 정부의 역할은 시장을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다. 시장 실패를 교정하고 경쟁의 규칙을 만들며 국민의 기본적인 주거 안정을 보호하는 것이다. 부동산 문제를 정부와 시장의 전쟁으로 규정하는 순간 정책은 경제적 합리성을 잃을 위험이 커진다. 개혁이 사회적 합의를 넘어 강제적 획일화로 흐른다면 그 순간부터 개혁이라는 명분 자체가 훼손된다.
11. 다시 아마추어 정권이 되지 않으려면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이유는 정부가 실패하기를 바라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이미 강력한 규제와 세금만으로 시장을 안정시키기 어렵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정책이 너무 자주 바뀌면 정부의 신뢰가 무너지고 공급을 뒤늦게 확대하면 그 사이 국민이 막대한 비용을 부담한다는 것도 확인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바로 그 실패를 비판했던 사람이다. 시장이 보내는 공급 신호를 정부가 무시했다고 지적했고 민주당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했다. 그렇다면 지금 자신의 정부가 과거와 같은 길로 들어서고 있지 않은지 스스로 가장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유주택자와 무주택자를 갈라놓는 것이 아니다. 집 한 채를 마련하려는 서민의 꿈을 다시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정상적으로 일하고 세금을 내고 저축하면 언젠가 안정된 주거와 일정한 자산을 가질 수 있다는 믿음을 되살려야 한다. 실수요자를 보호하고 투기적 이익은 억제하되 정상적인 재산 형성과 거래까지 위축시키지 않는 정교한 정책이 필요하다.
세금은 위협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되고 공급은 정치적 발표 숫자로 끝나서는 안 된다. 대출규제는 실수요자의 주거 사다리를 걷어차지 않아야 하며 정비사업 규제는 장기적인 공급과 함께 판단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책을 만드는 고위 공직자부터 정부가 국민에게 요구하는 기준과 모순되지 않는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남긴 부동산 정책의 가장 큰 교훈은 정부의 의지가 부족했다는 것이 아니다. 시장보다 정부가 더 현명하다는 과신, 정책의 선의가 좋은 결과를 자동으로 보장한다는 착각, 그리고 시장이 보내는 경고를 뒤늦게 인정했던 것이 문제였다. 이재명 정부가 같은 오류를 반복한다면 국민의 평가는 이전보다 더 냉정할 수밖에 없다. 이미 실패의 원인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부동산 정책에는 분명 빨간불이 켜져 있다. 아직 실패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신호를 무시한다면 이재명 정부는 자신이 과거에 비판했던 바로 그 이름, 다시 한 번 ‘부동산 정책의 아마추어 정권’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12. 참고자료
본문의 사실관계 확인과 정책 비교에 참고한 국내 언론 보도입니다. 언론사명 가나다순으로 정리했습니다.
경향신문
동아일보
매일경제
조선일보
1. 빨간불이 켜진 부동산 정책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아직 정책 전체가 실패했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며 정부도 공급 확대와 정비사업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단순히 공급량이나 세율에 있지 않다. 부동산 문제를 다루는 방식과 정책을 전달하는 정치적 언어에서 과거 노무현·문재인 정부가 경험했던 실패의 징후가 다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다주택자에게 더 큰 세 부담을 지우는 것과 다주택자를 정책적 문제집단처럼 취급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투기이익을 억제하는 것과 정부가 국민의 특정 재산 보유 형태를 경제적으로 불리하게 만들겠다는 메시지를 반복하는 것도 구별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2026년 2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강조하면서 다주택을 유지하는 것보다 해소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유리하도록 제도를 만들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3월에는 집을 사고파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그 선택의 이익과 손실을 결정하는 제도는 정부가 만든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냈다. 정책 목적은 투기 억제와 주거 안정일 수 있지만, 이런 언어가 반복되면 국민에게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르지 않을 경우 경제적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위압적 신호로 읽힐 수 있다.
부동산 정책은 전쟁이 아니다. 집을 가진 국민도 정부가 싸워야 할 적이 아니다. 정부가 유주택자와 무주택자를 사실상 서로 다른 진영으로 나누고 한쪽에는 도덕적 정당성을, 다른 한쪽에는 사회적 책임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부동산 정책은 경제정책을 넘어 계층 갈등의 정치로 변질될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이 현재 이재명 정부가 가장 경계해야 할 위험이다.
2. 노무현 정부가 남긴 첫 번째 교훈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 문제를 방치한 정부가 아니었다. 종합부동산세 강화, 양도소득세 중과, 재건축 규제, 대출 규제 등 강력한 수단을 연이어 동원했다. 그러나 수요억제 정책이 반복되는 동안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가격은 계속 상승했고,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은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정책 신뢰를 잃었다. 2006년 당시 언론은 정부가 부동산 가격 급등을 일부 지역의 문제로 좁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했고, 같은 해 11·15 대책에서는 사실상 공급 확대 쪽으로 정책 기조를 이동해야 했다.
문제는 정책의 강도가 약해서가 아니라 시장의 반응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데 있었다. 정부가 투기를 강하게 억제하면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는 판단과 달리 시장에서는 향후 공급 감소와 규제 강화에 대한 기대가 가격에 반영됐다. 정책이 연이어 발표될수록 시장 참가자는 다음 규제를 예상해 행동했고, 정부의 강한 의지가 곧 시장 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제가 흔들렸다.
정치적 언어 역시 문제였다. 투기와의 전쟁이라는 강한 메시지는 정부의 결의를 보여주는 효과는 있었지만 실제 가격이 반대로 움직이면서 오히려 정책 신뢰를 떨어뜨렸다. 부동산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은 정부의 강한 말이 아니라 예측 가능성과 신뢰라는 교훈을 남긴 것이다.
3. 문재인 정부의 반복된 실패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의 경험을 알고 출범했지만 결과적으로 비슷한 오류를 더 큰 규모로 반복했다. 대출규제와 조세정책, 재건축·재개발 규제, 임대차정책 등 여러 수단이 중첩됐고 2021년 2·4 대책은 현 정부의 25번째 부동산 대책으로 불렸다. 정부가 정책을 추가할수록 시장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정책이 언제 어떻게 다시 바뀔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커졌다.
특히 공급에 대한 판단이 문제였다. 정부는 초기에는 서울을 중심으로 공급 부족 자체를 크게 인정하지 않았으나 가격 상승이 장기화되자 대규모 공급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2021년 2·4 대책을 두고 당시 언론도 공급 부족을 인정하지 않던 정부가 뒤늦게 공급 확대로 전환한 정책적 대전환이라고 평가했다. 정책의 방향 전환 자체가 잘못은 아니지만, 문제는 시장의 신호를 늦게 받아들였다는 데 있었다.
이러한 정책 실패는 단순한 경제지표의 문제가 아니었다. 2021년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분야 평가는 주요 국정 분야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고, 집값 급등과 세 부담, 대출규제는 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을 확대하는 중요한 요인이 됐다. 부동산 하나만으로 선거 결과 전체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부동산 문제가 문재인 정부 후반의 정치적 부담을 크게 키웠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4. 이재명이 알고 있던 실패 원인
더 아이러니한 점은 이재명 대통령이 과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패 원인을 비교적 명확하게 지적했던 정치인이라는 사실이다. 2021년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은 문재인 정부에서 거래세와 보유세가 함께 오른 것을 정책 실패라고 평가하면서 민주당 정부의 주택 공급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이 공급을 늘리라는 신호를 보냈는데 정부가 이를 부인하자 시장이 반대로 받아들였다는 취지로도 지적했다.
같은 해 무주택 청년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진보정권의 주택정책이 투기수요 억제와 수요 통제에 집중해 왔다며 공급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시 이재명의 판단은 중요한 핵심을 짚고 있었다. 시장에는 정치적 의지와 별개로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존재하며 정부가 그것을 부정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투기수요를 억제하는 것만으로 가격을 안정시키기 어렵고 사람들이 원하는 지역에 실제 주택이 지속적으로 공급돼야 한다는 점은 이미 이전 정부의 시행착오를 통해 확인됐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이재명 정부는 더 엄격하게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과거의 실패 원인을 알고 있었던 대통령이 자신이 비판했던 정책의 특징을 다시 보여준다면 그것은 단순한 시행착오라고 보기 어렵다.
5. 다시 나타난 과거의 정책 문법
현재 이재명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고 단정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현 정부는 대출과 투기수요를 강하게 억제하면서 동시에 수도권 공급 확대와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도 추진하고 있다. 2026년 8월 13일 정부는 수도권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인허가 단축과 민간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병행하는 공급 대책을 내놓았다. 공급 문제 자체를 부정했던 과거 초기 대응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그러나 정책이 작동하는 시간의 차이를 주목해야 한다. 세금과 대출규제는 발표 즉시 시장에 영향을 준다. 거래가 줄고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는 효과는 바로 나타난다. 반면 신규 주택은 계획 발표 후 인허가, 보상, 착공, 준공을 거쳐 실제 입주까지 수년이 걸린다. 규제는 오늘 작동하고 공급은 몇 년 뒤 작동하는 것이다.
강한 규제가 반드시 안정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2026년 7월 동아일보 칼럼은 대출규제,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다주택 양도세 중과와 보유세 강화 예고 등 고강도 정책에도 수요가 인접 지역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공급계획을 발표했다는 사실만으로 과거와 달라졌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실제 착공과 입주가 얼마나 빠르게 이루어지는지, 정비사업 규제가 현실적으로 얼마나 완화되는지, 민간이 실제 공급에 참여할 유인을 갖는지가 중요하다.
6. 유주택자와 무주택자의 이분법
현재 정책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국민을 유주택자와 무주택자로 지나치게 단순하게 나누는 사고방식이다. 무주택자를 보호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한 정책 목표다. 그러나 집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사회적 문제처럼 다루거나 다주택 보유를 곧바로 투기와 동일시하면 정책은 현실에서 멀어진다.
대한민국에서 집은 단순한 투자상품이 아니다. 부모 세대에게 집 한 채는 평생 노동의 결과였다. 월급에서 세금을 내고 소비를 줄이고 수십 년 동안 저축해 마련한 집은 가족의 거주지이자 노후의 안전망이었다. 오늘날 부동산 가격이 지나치게 상승해 자산격차가 커졌다는 사실과 평범한 국민이 집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욕구는 구별해야 한다.
다주택자 가운데 투기 목적으로 주택을 보유한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상속이나 가족 사정, 지방 주택 보유, 장기 임대 등 다양한 이유로 여러 주택을 보유할 수도 있다. 정책은 이런 현실을 정교하게 구분해야 한다. 집의 숫자만으로 사람의 경제적 행위를 선악으로 나누는 접근은 행정적으로도 거칠고 정치적으로도 위험하다.
7. 다주택 공직자 논란의 역설
2026년 3월 이재명 대통령은 다주택자와 비거주 고가주택 소유자, 부동산 과다 보유자를 부동산 정책의 논의·입안·보고·결재 과정에서 배제하도록 지시했다. 이해충돌을 방지하고 정책의 신뢰를 확보하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해충돌 여부를 개별적으로 판단하는 것과 단순한 주택 보유 수를 정책 참여 자격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다른 문제다.
더욱 주목할 대목은 정책을 집행하는 정부 내부의 모습이다. 2026년 정기 공직자 재산 신고를 바탕으로 한 보도에서는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참모 가운데 10명이 두 채 이상의 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고, 대통령의 정책라인 배제 지시 이후 여러 참모가 주택 처분에 나섰다. 이는 정부 내부에서도 부동산 보유 문제가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는 청와대 참모의 다주택 처분 권고 이후 일부 참모가 주택을 처분하기보다 공직을 떠나는 일이 발생하면서 ‘직보다 집’이라는 조롱까지 나왔다. 현재 이재명 정부에서 동일한 사퇴 현상이 확인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정책 설계자와 국민에게 적용되는 기준이 다르게 보이는 순간 정책 신뢰가 급격히 약해질 수 있다는 교훈은 그대로 남아 있다. 정부가 국민에게 요구하는 기준은 먼저 정부 안에서 설득력을 가져야 한다.
8. 서민이 원하는 공정
서민은 평생 가난하게 살기를 원하는 사람이 아니다. 더 나은 집에서 살고 싶고 재산을 만들고 싶으며 자녀에게 자신보다 더 좋은 삶을 물려주기를 원한다. 그것은 탐욕이 아니라 인간의 정상적인 상승 욕구다.
공정한 사회는 모든 사람이 똑같은 재산을 가지는 사회가 아니다. 정직하게 일하고 세금을 내고 저축하고 노력한 사람이 더 나은 삶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갖는 사회가 공정한 사회다. 노동보다 부동산 투기로 훨씬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사회구조가 잘못된 것이지, 노동으로 번 돈을 모아 주택을 구입하고 자산을 늘리는 행위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한국의 부동산 문제는 하루아침에 생긴 것도 아니다. 수도권 집중, 개발이익, 토지정책, 금융정책, 교육환경, 정경유착과 자산 불평등이 수십 년 동안 축적되면서 만들어진 구조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오늘의 평범한 주택 보유자에게 책임 지우는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국민을 부동산 보유자와 무주택자로 갈라 적대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노동과 자산 형성으로도 주거 안정을 이룰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9. 공급정책의 시간과 신뢰
부동산 공급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발표 숫자가 아니다. 국민과 시장이 실제 공급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을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정부가 수십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하더라도 인허가와 보상, 지역 갈등, 사업성 문제 때문에 실제 착공이 지연된다면 시장은 그 공급을 현재의 공급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2026년 8·13 대책은 수도권 공급부지를 대폭 확보하고 착공 시간표와 민간 재개발 규제 완화까지 포함했다는 점에서 과거보다 적극적인 공급 신호다. 그러나 발표가 정책 성과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공급정책은 어느 지역에서 언제 인허가가 완료되고 언제 착공하며 언제 입주하는지까지 보여주는 실행 가능한 시간표를 가져야 한다.
정부가 반복적으로 정책을 바꾸면 시장은 정책을 믿지 않는다. 정부가 오늘 재건축을 규제했다가 다음 정부에서 다시 완화하고, 한 정부 안에서도 세제와 금융규제를 수차례 바꾸면 국민은 장기적인 재산계획을 세울 수 없다. 부동산 정책에서 필요한 것은 더 강한 정책이 아니라 더 오래 유지될 수 있는 정책이다.
10. 개혁과 통제의 경계
부동산 시장에는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 투기와 불공정 거래를 막고 세제를 조정하고 금융규제를 실시하며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국가의 정당한 역할이다. 그러나 개혁과 통제는 구별해야 한다.
정부가 국민에게 어떤 재산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 사실상 결정하려 들거나,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행동하지 않을 경우 경제적 손실을 크게 주는 방식으로 정책을 설계한다면 개혁은 쉽게 권위주의적 통제로 비칠 수 있다. 특히 대통령의 강한 정치적 언어가 세제와 금융정책과 결합할 경우 정책의 내용보다 공포가 먼저 전달될 위험이 있다.
자유민주주의에서 정부의 역할은 시장을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다. 시장 실패를 교정하고 경쟁의 규칙을 만들며 국민의 기본적인 주거 안정을 보호하는 것이다. 부동산 문제를 정부와 시장의 전쟁으로 규정하는 순간 정책은 경제적 합리성을 잃을 위험이 커진다. 개혁이 사회적 합의를 넘어 강제적 획일화로 흐른다면 그 순간부터 개혁이라는 명분 자체가 훼손된다.
11. 다시 아마추어 정권이 되지 않으려면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이유는 정부가 실패하기를 바라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이미 강력한 규제와 세금만으로 시장을 안정시키기 어렵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정책이 너무 자주 바뀌면 정부의 신뢰가 무너지고 공급을 뒤늦게 확대하면 그 사이 국민이 막대한 비용을 부담한다는 것도 확인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바로 그 실패를 비판했던 사람이다. 시장이 보내는 공급 신호를 정부가 무시했다고 지적했고 민주당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했다. 그렇다면 지금 자신의 정부가 과거와 같은 길로 들어서고 있지 않은지 스스로 가장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유주택자와 무주택자를 갈라놓는 것이 아니다. 집 한 채를 마련하려는 서민의 꿈을 다시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정상적으로 일하고 세금을 내고 저축하면 언젠가 안정된 주거와 일정한 자산을 가질 수 있다는 믿음을 되살려야 한다. 실수요자를 보호하고 투기적 이익은 억제하되 정상적인 재산 형성과 거래까지 위축시키지 않는 정교한 정책이 필요하다.
세금은 위협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되고 공급은 정치적 발표 숫자로 끝나서는 안 된다. 대출규제는 실수요자의 주거 사다리를 걷어차지 않아야 하며 정비사업 규제는 장기적인 공급과 함께 판단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책을 만드는 고위 공직자부터 정부가 국민에게 요구하는 기준과 모순되지 않는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남긴 부동산 정책의 가장 큰 교훈은 정부의 의지가 부족했다는 것이 아니다. 시장보다 정부가 더 현명하다는 과신, 정책의 선의가 좋은 결과를 자동으로 보장한다는 착각, 그리고 시장이 보내는 경고를 뒤늦게 인정했던 것이 문제였다. 이재명 정부가 같은 오류를 반복한다면 국민의 평가는 이전보다 더 냉정할 수밖에 없다. 이미 실패의 원인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부동산 정책에는 분명 빨간불이 켜져 있다. 아직 실패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신호를 무시한다면 이재명 정부는 자신이 과거에 비판했던 바로 그 이름, 다시 한 번 ‘부동산 정책의 아마추어 정권’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12. 참고자료
본문의 사실관계 확인과 정책 비교에 참고한 국내 언론 보도입니다. 언론사명 가나다순으로 정리했습니다.
경향신문
동아일보
매일경제
조선일보